<독자투고>어머니와 생선대가
<독자투고>어머니와 생선대가
  • 특집부
  • 승인 2003.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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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 달그닥 거리며 아침을 열었던 어머니의 부엌소리가 오늘 그립습니다.
투박하고 거친 손으로 가마솥에 밥을 지으신 내 어머니가 오늘 그립습니다.
보리밥에 한 종지의 쌀을 넣으시고 장손에게만 그 하얀 쌀밥을 먹게 하셨던 내 어머니가 그때는 그렇게 미웠습니다.
7남매 중 일곱 번째인 나는 어머니께 투정을 참 많이 부렸습니다. 솔직히 고백하면 젊고 이쁜 엄마들에 비해 울 엄니는 주름 가득한 할머니였으니까요!
그런 어머니가 부끄러워 소풍 때나 운동회 때면 큰 누이 에게 달려가곤 했습니다.
큰 누이의 딸은 나보다 3살 많았으니 어린 삼촌과 학교를 같이 다닌 셈이지요. 울 엄니는 끼니때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상을 준비하시며 내 눈치를보셨습니다. 조심스레 ‘밥 먹어라’하시면 난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한참을 기다리다 식은 밥을 휘도록 아픈 허리에 다시 따뜻하게 데워 오셨던 내 어머니의 모습이 이 5월에 생생합니다. 이제 철이 들어 불효 후회막심에 용서를 구하려 하니
不孝 父母 死 後悔 입니다. 며칠 전 아내가 동태찌개를 했습디다.
편식을 하는 아들놈이 다른 반찬은 거들떠보지 않고 중간 토막의 살만을 먹고 있기에 나도 모르게 살을 발려서 주다보니 남은 것은 생선대가리와 꼬리부분 만 앙상하게 남읍디다.
그래도 녀석들이 맛있게 잘 먹었으니 내가 먹은 것이나 다름없지 하고 남은 생선대가리의 살을 고르다 보니 생전 어머니 생각에 눈물이 납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께서는 생선반찬을 보시면 항상 이렇게 말씀 하셨습니다. "역시 魚頭肉尾"야 생선은 대가리 속에 숨어있는 살이 진짜여” 하시면서 생선대가리 하나를 안주 삼아 몇 잔의 소주를 마시곤
하셨습니다. 그리고 지금 내가 자식을 낳고 그 녀석들과 밥상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역시 생선대가리는 내 몫이 되고 말입니다. 내가 먹은 생선대가리와 어머니가 드셨던 생선대가리의 의미를 새겨보는 5월 어머니도 생선대가리를 드시면서 나와 똑 같은
생각을 하셨을 것입니다. 퇴근길 시장 모퉁이의 주름 가득한 아주머니에게 동태 한 마리를 사 가지고 가야겠습니다.
그래서 내 어머니의 생선대가리의 의미를 우리 아이들에게 들려주렵니다.

목포시 옥암동 969번지 바다 컴퓨터 학원장 문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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