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손 이유경·수민양 이웃사랑
고사리손 이유경·수민양 이웃사랑
  • 주희춘
  • 승인 2003.02.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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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저금통 털어 5년째 이웃돕기

자매지간인 이유경(도암초등 4년)양과 수민(〃 2년)양은 매년 설날이 다가오면 1년 동안 살찌워 온 돼지저금통을 찢는다. 동전을 지폐로 바꾸어 십만원씩 나누면 봉투가 6~7개 정도가 마련된다.

유경이와 수민이는 이 돈을 가지고 도암의 독거노인들을 찾아 전달한다. 고사리같은 손으로 돈봉투를 전달하는 모습은 어떤 불우이웃돕기 보다 아름답게 빛난다. 올 설에는 독거노인 이기진(도암)씨와 이경원씨, 민남홍씨등 여섯명에게 10만원씩을 전달했다.  

유경이와 수민이는 벌써 5년째 이같은 일을 하고 있다. 두 자매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어려운 사람을 도와온 셈이다. 두 자매는 엄마 아빠가 용돈을 주면 가장 먼저 돼지저금통장에 넣는다. 올 설에 받은 새뱃돈도 모두 새 저금통장에 넣었다. 유경이 자매는 이제 돈이 있으면 돼지저금통장에 넣고 통장이 차면 불우이웃을 돕는일이 일상적인 일이 됐다.

그렇다고 유경이 집이 풍족한 것은 아니다. 유경이 아빠 이갑훈(43)씨는 도암 남일레미콘에서 레미콘차량을 운전하고 있고 엄마 박효임(42)씨는 남일레미콘회사의 식당을 운영하며 가정을 꾸리고 있다. 거처도 단초롭다. 유경이의 집은 회사 식당과 맞닿아 있는 작은 방이다. 이곳에 유경이 자매의 조그만 방이 있고 그 방에는 항상 저금통이 놓여 있다.

유경이 가족은 11년전에 생후 5개월밖에 안된 아들을 심장병으로 잃은 아픈 경험을 가지고 있다. 유경이 엄마 박효임씨는 처음에는 심장병 어린이를 돕기위해 두 딸에게 저축을 권했다. 아들과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아이들에게 조그마한 힘이라도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저축을 생활화 하다 보니 주변 어려운 이웃에게도 고개가 돌려졌다. 특히 박씨는 도암교회를 통해 갖가지 봉사활동에 적극 나서는 것으로 소문이 나 있다. 교회어린이집 아이들의 간식은 다른 어떤 일 보다 중요시하면서 챙기고 있다. 

박씨는 “유경이와 수민이가 저축을 하면서 봉사정신을 배워갔고 작은 것도 아껴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습득해 갔다”며 “힘 닿는데까지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싶다”고 말했다. 

박씨는 지금도 꿈이 심장병 어린이 한명 정도의 수술비를 보태는 일이다. 풍족한 가정은 아니지만 두딸이 남을 돕우면서 크는 것을 보면 누구도 부럽지 않다.

유경이는 “엄마 아빠가 일하시면서 고생을 많이 하신다”며 “엄마가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을 보면 우리도 저축을 열심히 하게 된다”고 수줍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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