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책읽는 '대장장이'
날마다 책읽는 '대장장이'
  • 조기영
  • 승인 2003.0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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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간 운영 김정옥씨 일주일에 3권이상 독파

칠량면 영동마을에서 40여년 대장간 일을 하고 있는 김정옥(64)씨는 하루도 빠짐없이 책을 읽는다. 김씨는 10여년 전부터 도서관을 이용하기 시작, 일주일에 3권이상의 책을 읽고 있다. 지난 한해 김씨는 한달에 서너차례 도서관을 찾아 140여권의 책을 읽어 12월31일 다독 이용자 일반부 상을 받기도 했다.

지난 88년 교통사고를 당해 머리등을 크게 다친 김씨는 병원에서 수차례 수술을 받은 후  5개월 정도 집에서 요양하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집에 보관되어 있던 책들을 모두 읽은 김씨가 대학을 다니던 큰아들에 책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을 묻자 큰아들이 김씨 이름으로 강진군도서관 도서대출증을 만들어 주었다.

그때부터 김씨가 버스를 타고 읍으로 외출하는 날은 책을 도서관에 반납하고 새로 읽을 책을 빌리러 가는 날이다. 20여분 버스를 타고 읍에 도착해 도서관에 들린 김씨는 대출실에서  책 서너권을 빌려 가슴에 품고 흐뭇한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 오른다.

김씨는 대중소설에서부터 경제서적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분야의 책들을 읽고 있으며 특히 근대역사서적에 관심이 많아 작가 조정래씨의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등을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

대장간 일을 마치고 저녁에 집에 들어가 저녁식사 후 책만 읽는다는 김씨는 하루 300여페이지를 소화하고 있다. 한번 책읽기에 빠지면 시간가는 줄 몰라 날새는 날도 자주 있다. 관심있고 재미있는 책은 날을 새서라도 끝을 보고 만다. 요즘에는 대장장이 일이 큰 벌이가 없지만 책잃는 재미가 모든 잡념을 지워버린다.

최근 김씨는 작가 박연희씨의 ‘민란시대’를 읽고 있으며 그동안 읽은 근대역사책을 바탕으로 광복이후 친일파을 재기용해 생긴 문제점에 대해 글을 쓸 계획을 가지고 있다. 10년동안 책을 읽었지만 소장한 책은 많지않다. 모두 도서관에서 빌려읽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을 때는 잡념이 사라지고 책은 읽을수록 더 깊은 재미를 느끼게 된다는 김씨는 “오래된 책들은 활자가 작아 돋보기를 끼고도 읽는데 어려움이 있다”며 “여러분야의 책을 읽으니 세상보는 시야도 넓어지고 누구와 얘기를 하더라도 대화가 수월하다”고 말했다.
시상식때 받은 상금으로 무얼 하겠냐는 질문에 김씨는 “책 사서 봐야지”라며 밝게 웃었다./조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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