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8남매 꿈꾸며 삽니다"
"우리 8남매 꿈꾸며 삽니다"
  • 조기영
  • 승인 2003.01.1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량 김일남씨의 8남매 키우기

마량면 연동마을에 사는 양띠 가장 김일남(48)씨와 부인 곽성복(42)씨 집 앞마당에 있는 5m길이의 빨래줄 세개에는 수십벌의 옷들이 걸려 있다. 따스한 겨울 햇볕에 말라가고 있는 옷들은 대부분 아이들의 옷이었다.

김씨의 집에는 김씨부부와 8남매 자녀들, 그리고 김씨의 노모가 살고 있다. 요즘 보기드문 11명 대가족이었다. 인구 4만6천명대를 기록하고 있는 강진에서 김씨집안은 말 그대로 지역에 효자가족이 아닐 수 없다.

자손이 귀한 집안에서 자라 남달리 자식 욕심이 많았던 김씨는 지난 87년 큰아들 래옥(16)군이 태어난 후 막내딸 김미심(3)양까지 내리 4남 4녀를 두고 있다. 

어려운 가정형편에서도 8명의 자녀가 큰 병치레 한번없이 몸건강히 잘 자라 자식들 자랑이 이만저만 아닌 김씨부부는 요즘 막내 미심이의 재롱에 세상 근심을 잊고 산다. 

마을 행사가 있을 때 김씨가족의 인기는 대단하다. 지난해 교회에서 열린 성탄절 전야제에서도 8남매는 노래와 무용을 선보여 마을 주민들로부터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또 지난해 마량초등학교 운동회에 김씨부부의 4자녀가 경기에 참가해 온가족이 열띤 응원으로 참석한 사람들로부터 부러움을 받았다.

김씨는 아이들이 방과후 PC방에 가서 집에 늦게 들어와 어려운 살림이지만 지난 9월 컴퓨터를 장만해 주었다. 학교 수업이 끝나고 집에 돌아온 아이들은 서로 공부도 가르쳐 주고 순서를 정해 컴퓨터를 한다.

김씨부부는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아이들의 재롱을 보며 하루생활에 대해 이야기하는 저녁시간이 하루 중 가장 즐거운 시간이다.

나이 오십만 넘어도 아이들이 외지로 나가 부부만 사는 다른 집과는 달리 김씨 부부의 집에서는 하루도 빠짐없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 나온다. 마을 사람들은 김씨부부의 자녀들이 한겨울에도 속옷만 입고 다닐 정도로 건강하다며 김씨부부의 집을 보면 사람사는 집같다고 얘기한다.

또한 김씨의 자식사랑 못지 않게 아이들의 김씨에 대한 사랑도 대단하다. 아이들이 아빠의 건강을 생각해 방 여기저
기에 금연이라는 문구를 붙여놓고 담배 끊기를 원해 김씨는 30여년간 피워오던 담배를 한 달 전부터 끊기로 결심했다.

물론 김씨가족의 생활형편이 넉넉하지는 못하다. 130여만원의 월소득과 3마지기 논을 임대해 농사를 지어 올해 80㎏ 쌀 5가마를 수확했다. 김씨 가족이 한달에 소비하는 쌀이 80㎏ 한가마이며 아이들 공과금, 급식비등으로 들어가는 돈도 만만치 않아 빠듯한 생활이다. 하지만 김씨가족은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부족함을 채우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김씨에게 새해에 이루고자 하는 소망에 대해 묻자 김씨는 “모든 부모들이 그렇듯이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주면 그밖에 무슨 소망이 있겠냐”며 “부족한 생활이지만 모든 것에 감사하게 생각하며 산다”고 말했다./조기영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